배우 시오노 아키히사 흔적 찾기 2탄 : 2021 일본드라마 <레드 아이즈. 감시수사반> 리뷰|'선생님'이 설계한 거대한 체스판, 드라마 <레드 아이즈 감시수사반> 심층 리뷰
왓챠에 들어온 김에 다른 플렛폼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시오노 아키히사의 드라마를 좀 더 검색해 봤어요. <소란스럽게 밥>보다는 먼저 눈을 끄는 드라마가 이 <레드 아이즈. 감시수사반>이었어요. 장르로 따지자면 범죄수사물을 선호하는 편이라 ‘수사반’이라는 단어에 마음을 빼앗겼죠. 그런데 1화가 끝나가는데도 시오노상은 나올 기미가 없더군요. 다시 드라마 정보를 찾아보니 그는 주요 출연진에 이름을 올린 배역이 아니었어요. 그럼에도 드라마 스토리 자체가 한번 시작하면 눈을 뗄 수가 없어 잠도 포기하고 쭈욱 정주행 하게 만드는 작품이었습니다.
결국 보고 싶었던 시오노 아키히사는 4화 "악연"의 에피소드에 출연하는 역할 이었다는 사실에 조금은 아쉬웠지만 그가 주요 배역으로 출연하지 않는 다는 것이 전혀 신경쓰이지 않을 정도였어요.
방영채널 : 일본 NTV(니혼TV)방영시기 : 2021년 1분기일본 전역에 존재하는 500만 대의 감시카메라를 활용하는 가상의 조직 ‘KSBC’를 배경으로하는 수사물입니다.
가나가와 현경 수사1과의 에이스 형사 후시미 쿄스케는 사랑하는 약혼자 미호가 눈앞에서 살해당하는 장면을 영상통화로 목격한다. 범인에 대한 단서는 파란색 코트와 오른쪽 팔에 길게 남아있던 상처뿐. 이 일로 수사를 하던 중 용의자로 오인한 사람을 폭행해 경찰을 떠나 후시미 탐정 사무소를 운영하며 지낸다. 그런 후시미에게 신설 부서 KSBC의 센터장 시마바라는 그에게 팀에 합류를 제안한다. 죽은 미호의 사건을 계속 수사하던 후시미는 시마바라의 제안을 수락하고 자신의 탐정사무소 팀원들을 데리고 팀에 합류한다. 그리고 그들의 합류와 함께 발생하는 사건과 계속해서 사건들에 휘말리는 팀원들. 그리고 별개의 사건이라 여겼던 사건들이 서로 이어졌다는 점과 알게되면서 모든 사건의 배후에 ‘선생님’이라는 존재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이 과정을 통해 후시미와 KSBC의 팀원들은 감춰져 있던 진실에 다다르게 된다.
후시미 쿄스케 (카메나시 카즈야):과거 약혼녀를 연쇄 살인마에게 잃은 아픔을 가진 전직 형사입니다. 뛰어난 통찰력과 압도적인 액션 능력을 겸비한 KSBC의 핵심 특별 수사관으로 나와요.시마바라 유미 (마츠시타 나오):냉철하고 이성적인 KSBC의 센터장으로, 팀의 중심을 잡고 수사를 지휘하는 카리스마 있는 인물입니다.민간 수사원들 (시시도 카프카, 호쿠토 마츠무라 등):전직 사기꾼, 천재 해커, 전직 자위대원 등 독특한 과거(전과)를 가진 인물들이 모여 각자의 전문 분야로 수사를 돕습니다.
이 드라마가 단순한 ‘에피소드형 수사물’을 넘어 장르물 매니아들을 열광시킨 진짜 무기는 소름 돋을 정도로 치밀하게 조직된 단 하나의 큰 그림에 있습니다.매회 발생하는 별개의 강력 사건들은 알고 보면 독립된 사건이 아닙니다. 베일에 싸인 막후의 인물, 일명 '선생님'이 KSBC(고베 과학수사분석센터)의 타겟팅된 팀원 개개인을 파멸시키기 위해 오랫동안 정교하게 설계한 잔혹한 시나리오의 파편들입니다.팀원들의 과거를 파고드는 집요한 집착:'선생님'은 왜 하필 전직 사기꾼, 천재 해커, 전직 자위대원 등 어두운 과거(전과)를 가진 민간 수사원들과 쿄스케에게 집착할까요? 드라마는 매회 이들의 가장 트라우마틱한 과거 사건을 현재의 범죄와 교묘하게 결합시킵니다. 팀원들은 사건을 해결하는 과정에서 자신들이 과거에 저지른 업보나 아픔을 정면으로 마주하게 되며, 이는 단순한 범인 체포를 넘어 고도의 심리적 압박감과 서스펜스를 유발합니다.유기적으로 연결된 도미노식 플롯:초반부에는 그저 사이코패스나 지능범들의 개별 범죄처럼 보였던 단서들이 회차를 거듭할수록 하나의 점으로 수렴됩니다. 범인들의 범행 동기, 범행 방식, 심지어 현장에 남겨진 아주 작은 표식까지도 결국 '선생님'이라는 종착지를 향해 가고 있음이 밝혀지는 순간, 시청자는 짜릿한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됩니다.결국 <레드 아이즈>는 KSBC가 범인을 쫓는 이야기인 동시에, '선생님'이 짜놓은 거대한 거미줄(감시망) 속에서 주인공들이 어떻게 통제당하고, 또 그것을 어떻게 깨부수는가에 대한 치열한 두뇌 싸움입니다. 매회 던져지는 떡밥과 복선이 마지막에 하나의 거대한 반전으로 폭발하는 유기적인 구조야말로 이 드라마를 중도 하차 없이 정주행하게 만드는 가장 큰 원동력입니다.
이 드라마는 자칫 모두가 평화로운 일상으로 돌아간 것 처럼 마무리합니다. 하지만 마지막 크레딧이 지나간 순간 화면은 '선생님'의 조직의 상징인 푸른 화살 문양의 가방을 가져가는 장면을 보여주며 그 가방의 주인이 가장 무해하고 사랑스러웠던 시마바라의 여동생 '하루카'였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이 충격이 채 가시기 전에 아르바이트 카페 사장님과 웃으며 대화를 하던 그녀가 순식간에 차갑게 식은 눈빛으로 인파 속을 걸어가며 극은 막을 내립니다.이 드라마의 진짜 무서운 반전은 바로 이 지점에 있습니다. ‘하루카’는 전직 범죄자나 거창한 사연을 가진 인물이 아닌 '우리 주변에 흔히 볼 수 있는 가장 평범하고 무해한 일상'을 대변하던 인물이었기 때문입니다.이 충격적인 엔딩은 드라마가 매회 차용했던 위인들의 격언, 특히 장르물의 오랜 화두와 깊게 맞물립니다."괴물과 싸우는 사람은 그 과정에서 자신 또한 괴물이 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니체)가장 소중했던 형부가 살해당하는 모습을 지켜봐야 했고, 그로 인해 집안이 풍비박산 나는 고통을 겪은 하루카 역시 '악의 피해자'였습니다. 니체의 말처럼 거대한 악에 노출된 평범한 인간은 그 증오를 이기지 못하고 스스로 괴물이 되기 쉽습니다. 하루카가 '선생님' 조직의 푸른 코트를 입고 표정이 가라앉은 채 걸어가는 모습은, 언니와 슬픔을 나누며 치유된 줄 알았던 그녀의 내면에 실은 깊은 증오와 복수심이 도사리고 있었고, 결국 그것이 새로운 악의 씨앗(후계자)으로 발현되었음을 시사합니다.CCTV조차 포착할 수 없는 인간의 내면매회 엔딩을 장식한 명언들은 인간의 나약함과 통제할 수 없는 감정에 대해 이야기해 왔습니다. 하루카를 비추던 방희 카메라는 '작동 중(붉은 불빛)'이었지만, 카메라가 기록하는 것은 그녀의 겉모습일 뿐 내면의 타오르는 어둠은 감지하지 못합니다. 500만 대의 감시카메라로 촘촘하게 통제하는 사회라 할지라도, 상처받은 평범한 인간이 악의 구렁텅이로 빠져드는 순간만큼은 결코 막을 수 없다는 씁쓸한 메시지를 던집니다.결국 하루카의 엔딩은 주인공 쿄스케와 수사관들이 되찾았다고 믿은 '일상'이 언제든 다시 무너질 수 있다는 전율을 선사하며, 드라마의 장르적 깊이를 한 층 더 끌어올린 완벽한 마무리였습니다.
① 장르물의 공식을 뒤튼 '설계자 vs 추적자'의 치열한 심리 패키지대다수의 수사극이 범인의 꼬리를 잡는 일차원적인 추적에 그친다면, <레드 아이즈>는 '이미 주인공들의 머리 꼭대기 위에서 판을 짜둔 설계자'와 싸우는 고차원적인 두뇌 게임을 선보입니다. 매회 던져지는 단서가 독립된 사건이 아니라 흑막인 '선생님'으로 수렴되는 구조는, 시청자로 하여금 주인공들과 함께 거대한 미로를 탈출하는 듯한 극강의 몰입감을 선사합니다. 떡밥과 복선이 정교하게 회수되는 웰메이드 서사를 갈망해 온 분들에게 최고의 카타르시스를 줄 것입니다.② 현대 사회의 양날의 검, '감시 사회'에 대한 묵직한 질문이 작품은순수한 오락물을 넘어 'CCTV 500만 대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날카로운 질문을 던집니다. 나를 지켜주는 줄 알았던 감시의 눈(Red Eyes)이 언제든 나를 옥죄는 무기가 될 수 있다는 점, 그리고 최첨단 시스템조차 '인간 내면의 증오와 악의 탄생(하루카의 타락)'은 예측하지 못한다는 한계를 서늘하게 보여줍니다. 매회 엔딩을 장식하는 위인들의 격언과 맞물려, 에피소드가 끝난 후에도 깊은 사색과 여운을 남기는 철학적인 깊이가 있습니다.③ 상처 입은 아웃사이더들의 '결핍과 연대'가 주는 묘한 위로주인공 후시미 쿄스케를 비롯해 KSBC에 모인 민간 수사원들은 저마다 지독한 트라우마나 전과를 가진 '결함 있는 인물'들입니다. 완벽한 영웅이 아니라, 상처로 얼룩진 아웃사이더들이 모여 서로의 결핍을 채우고 사건을 해결해 나가는 과정은 기묘한 연대감을 자아냅니다. 분노와 슬픔이라는 감정을 제어하며 괴물이 되지 않기 위해 사투를 벌이는 인물들의 입체적인 심리 묘사는 극의 드라마틱한 완성도를 한층 더 끌어올립니다.